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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World Cup D-45

"남아공월드컵에서 그리스를 반드시 잡아야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가능성이 생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룩한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사진)이 한국 축구팀에 살가운 조언을 했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벨기에의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 유치를 홍보하기 위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해 이같이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별리그 첫 경기"라며 "첫 경기를 이겨야 2라운드에 진출하는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6월 개막하는 남아공월드컵에서 본선 B조에에 편성돼 그리스(12일 오전 4시반) 아르헨티나(17일 오전 4시반) 나이지리아(22일 오전 11시반)와 차례로 맞붙는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이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릴 그리스전에서 승점 3점을 챙길 수만 있다면 여세를 몰아 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되는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도 힘을 낼 수 있다고 내다 본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에 발목을 잡힌다면 조별리그 통과는 사실상 힘들어 질 것이란 계산인 것. 결국 그리스와 1차전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운명을 가름하는 일전인 셈이다. 그리스는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정상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한 팀이다. 유럽팀 중 해볼 만한 팀이지만 '명장' 오토 레하겔 감독의 지휘 아래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리는 만만찮은 상대다. 역대 A매치 맞대결에선 한국이 1승1무로 앞서 있으나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0골을 뽑으며 득점왕에 오른 테오파니스 게카스는 경계대상 1호로 꼽힌다. 장신 수비수들이 제공권 싸움에서 강하지만 수비 뒷공간을 이용한 침투에 약점도 갖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조별리그 전망에 대해서는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박지성 이영표 등과 이청용 같은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조이지만 해낼 수 있다"며 "월드컵을 경험한 30세 전후의 선수와 젊은 선수들이 호흡을 잘 맞춘다면 성적이 잘 나올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과 달리 이번에는 '히딩크 매직'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히딩크 감독은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북한 등의 영입설과 관련 "이미 터키와 계약했기 때문에 코트디부아르를 맡을 수는 없었다"며 "나머지 나이지리아 북한과는 접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문호 기자

2010-04-26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한·일 월드컵 4강' 히딩크 감독

2002년 월드컵 한국 4강의 기적을 일군 거스 히딩크 감독(사진)이 2010월드컵 개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4강 훈수'를 뒀다. 월드컵 개최국이자 16강 진출이 불투명한 약체로서 8년 전 한국과 현실이 비슷하기 때문에 남아공으로서는 시의성 있는 훈수인 셈이다. 히딩크 감독은 13일 국제축구연맹(FIFA)과 인터뷰에서 "개최국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완벽한 출발이 중요하다"며 "개최국으로서 엄청난 부담이 있는데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번째 선수인 관중은 팀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도 "압박감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첫 경기를 완벽하게 끝낸다면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를 2-0으로 완파한 뒤 여세를 몰아 아무도 예상하지 않던 4강까지 치고 올라갔다. 히딩크 감독은 한일월드컵을 돌아보며 "한국을 맡은 것 자체가 엄청난 난관이었다"며 "다른 팀보다 더 오래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한국이 잘하리라고 상상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주어진 훈련기간을 하나로 응집하고 자신감을 얻는 데 썼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을 괴물처럼 끌어올리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었다"고 되돌아봤다. 남아공은 A조에서 멕시코 우루과이 프랑스와 맞붙는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당초 코트디부아르를 이끌고 남아공대회에 출전할 뻔 했지만 계약이 무산되면서 러시아 대표팀과의 계약이 끝나는 6월부터 터키 대표팀을 지휘하게 됐다. 김문호 기자

2010-04-13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빈틈 없는 40세(김병지), 헐거워진 37세(이운재)

김병지(40.경남.사진 위)와 이운재(37.수원.사진 아래)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라이벌이다. 김병지는 이미 마흔 줄에 접어들었다. 이운재도 30대 후반이다. 이미 은퇴해 소주잔을 앞에 두고 추억을 회고할 나이지만 둘 사이의 경쟁 혹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현태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춘천을 찾아 K-리그 강원과 경남의 경기를 관전했다. 김병지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김병지는 한동안 대표팀에서 버려진 카드였다. 대표팀이 다시 김병지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이운재의 부진 때문이다. 2007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1년 넘게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이운재가 복귀한 후 대표팀은 안정감을 찾았다. 지난해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할 때도 이운재는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그러나 올 시즌 K-리그에서 이운재는 6경기에서 14골을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4일 FC 서울과 라이벌전에서는 8분 동안 3골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메시(아르헨티나)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를 상대해야 하는 월드컵에서 이운재가 한국의 최후방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반면 김병지는 7경기에서 불과 6골만 허용했다. 골키퍼의 꿈의 기록인 0점대 실점률이다. 김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남의 2-1 승리를 지켜낸 김병지는 "난 몸무게도 경기력도 마인드도 예전과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운재의 최대 약점인 체중 문제를 건드리며 월드컵 출전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최근 이운재의 플레이는 눈에 띄게 둔해졌다. 전문가의 의견은 일반인과 똑같다. 체중이 문제다. 이운재의 체중은 축구협회 공식 자료에 90㎏으로 표시돼 있다. 체중이 더 늘어났을 수도 있다. 김병지는 "20년째 78㎏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냉정히 보면 37세 골키퍼와 40세 골키퍼가 경쟁을 하는 건 한국 축구의 불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영광(울산).정성룡(성남) 등 차세대 선수들을 책임져야 할 선수들이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이운재 감각은 김병지= 이운재의 가장 큰 장점은 리더십이다.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할 때 가장 시끄러운 사람이 이운재다. 골문을 지키면서 포백 수비를 향해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며 수비라인을 조율한다. 김현태 골키퍼 코치는 "이운재가 뒤에 버티고 있으면 수비진이 안정을 찾는다. 정성룡.김영광 등 후배들이 쫓아가지 못하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병지도 수비진을 이끄는 리더십이 좋지만 이운재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이운재는 수비진을 좀 더 편하게 해주면서 리드하는 반면 김병지는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지휘한다. 그래서 김병지는 수비진을 자신이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K-리그 기록은 김병지가 좋지만 A매치 기록은 이운재가 앞서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이해준 기자

2010-04-12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허정무호, 원정 16강의 '걸림돌'

남아공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대회다. 하지만 강적 아르헨티나가 버티고 있어 쉽지는 않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첫 상대인 그리스 혹은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를 반드시 꺾어야만 하다. 허정무호는 물론 첫 상대인 그리스전에 '올인' 기선을 제압한다는 각오다. 두 번째 상대인 아르헨티나도 꺾으며 무적행진을 한다면 금상첨화지만 시나리오상 차선책이 없을 수 없다. 차선책의 제물이 나이지리아다. 최악의 경우 1승1무1패를 기록하고 골득실을 따지는 경우라도 상정하려면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는 꼭 이겨야 하는 상대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에도 경계대상 1호 선수가 있다. 나이지리아가 자랑하는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23ㆍ첼시.사진)이다. 지난 2005년부터 1년이 넘도록 프리미어리그의 맞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 간에는 장외 전쟁이 치열했다. 나이지리아 청소년 대표팀의 열 여덟 살짜리 미드필더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미켈을 놓고 벌인 맨유와 첼시의 쟁탈전은 세계 축구계의 큰 관심사였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린 오슬로에서 뛰던 미켈의 영입 작업을 마무리지으려 노르웨이 오슬로로 직접 날아가는 정성을 기울였다. 맨유는 2005년 4월 말 이적료 400만 파운드에 미켈을 영입하기로 린 오슬로와 협상을 끝냈다. 미켈은 2006년 1월부터 맨유 유니폼을 입고 뛰어야 했다. 하지만 미켈이 맨유와 계약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이후 영국 런던을 방문한 미켈은 첼시에서 뛰고 싶다는 의견까지 밝혔다. 결국 첼시는 맨유에 1200만 파운드 린 오슬로에 4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미켈을 품었다. 미켈의 재능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미켈은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를 준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상의 차석 격인 실버볼을 수상했다. 당시 박주영(AS모나코) 등이 주축이었던 한국 청소년대표팀은 미켈이 버틴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격돌해 2-1로 이겼지만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미켈은 한국과 경기에 선발 출전해 87분을 뛰었다. 미켈은 2005년 아프리카축구연맹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고 2006년 네이션스컵 최우수신인상도 수상하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5피트 11인치 180파운드의 좋은 체격조건을 갖춘 미켈은 어린 나이에도 경기 조율 능력이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잉글랜드 무대에 데뷔한 2006-2007 시즌 22경기에 출전했고 2009년 말까지 프리미어리그 통산 99경기를 뛰는 등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첼시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첼시 입단 초기 거친 플레이로 잦은 경고와 퇴장 명령을 받는가 하면 지난해 1월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 단속에 걸려 15개월간 면허 정지와 벌금 10580파운드의 징계를 당하는 등 '악동'으로도 유명하지만 여전히 그라운드에서의 능력이나 투지만큼은 세계적인 선수다. 김문호 기자

2010-04-06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허정무호, 원정 16강 이루려면 첫 상대 그리스의 게카스 막아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6월12일 그리스와 B조 첫 경기를 갖게 된다. 월드컵 도전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허정무호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 상대인 그리스를 반드시 꺾어야 만 찬스가 생긴다. 두 번째 상대가 강적 아르헨티나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리스엔 한인 팬들에게도 익숙한 테오파니스 게카스(사진)라는 선수가 있다. 1980년생인 게카스는 키 179㎝ 몸무게 82㎏의 탄탄한 체격을 갖춘 스트라이커로 유럽 지역예선 11경기에서 혼자 10골을 넣은 스트라이커다. 유럽 지역예선에서 10골을 넣은 선수는 게카스 뿐이다.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도 9골에 그쳤다. 주니어 시절에는 대표 경력이 없었던 게카스는 2005년 1월 그리스 명문팀인 파나티나이코스에 입단 루키 시즌에 득점왕(17골)에 오르며 뒤늦게 빛을 봤다. 2005년 3월 알바니아와 월드컵 지역 예선에 출전하면서 대표팀 선수가 됐다. 2006-2007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VfL 보쿰으로 임대된 게카스는 20골을 넣으며 다시 득점왕에 올랐고 1부리그 잔류가 불투명했던 보쿰도 게카스의 맹활약 덕에 1부에 살아남게 됐다. 2007년 중반에는 다시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소속을 옮긴 게카스는 그곳에서도 50경기에 나와 13골을 넣는 활약을 펼쳤고 이후 잉글랜드 포츠머스를 거쳐 다시 지금은 원 소속구단 레버쿠젠이 헤르타 베를린에 임대했다. 지난해 2월 잉글랜드 포츠머스로 임대됐지만 자신을 불러준 토니 애덤스 감독이 곧바로 물러나는 바람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단 한 경기에 1분간 뛰고 나서 팀을 떠나야 하는 불운을 겪었다. 12월에는 다시 헤르타 베를린으로 임대된 상태다. 게카스는 이미 한국과 경기 경험을 갖고 있다. 2007년 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친선 경기 전반 36분에 위협적인 슛을 날리며 한국 문전을 위협했으나 당시 대표팀 수문장이던 김용대가 가까스로 막아냈던 기억이 있다. 위치 선정과 움직임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게카스는 그러나 기복이 심하고 파워도 그리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이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팀의 간판 공격수 올리사데베(폴란드)와 아데바요르(토고)를 잘 막아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첫 상대였던 멕시코의 에르난데스에게 역전골 쐐기골을 연달아 내주며 '참패'의 시작을 알리고 말았던 아픈 기억도 있다. '태극 전사'들이 이번엔 게카스의 발끝을 어떻게 무디게 만드느냐에 따라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대표팀의 성적이 판가름 날수도 있다. 김문호 기자

2010-04-05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4월18일 작품, 한국에 전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우승국가에 수여되는 진짜 월드컵 트로피가 내달 한국에 온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는 월드컵 트로피가 다음 달 18일 한국에 들어와 사흘 동안 공개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코카콜라는 도착 당일 트로피를 미디어에 미리 공개하고 20일에는 축구팬들이 가까이서 보고 기념사진도 촬영하도록 따로 행사를 마련하기로 했다. 트로피는 지구촌 잔치로서 월드컵의 열기를 북돋는다는 취지로 지난해 9월20일 스위스 본부를 떠나오는 5월 초까지 225일 동안 86개국을 돌게 된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 역사 ▶줄리메 컵 월드컵은 지금까지 두 개의 우승 트로피가 있었다. 첫 번째 트로피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FIFA가 1930년 제1회 월드컵축구대회를 개최키로 결정한 후 프랑스 조각가인 아벨라 플뢰르(Abel LaFleur)는 우승팀에게 시상할 순금트로피를 제작했다. 이 트로피는 준보석으로 된 받침대 위에 승리의 여신이 팔을 뻗쳐 팔각형 컵을 받들고 있는 조각품이었다. 월드컵축구대회의 창시자인 Jules Rimet 회장을 기리어 '줄리메컵'으로 불려졌지만 제2차 세계대전 전에 열린 제3회 대회 때 부터 '월드컵'으로 불려졌다. 1970년 대회에서 브라질이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영구 보존하게 됐다. 그동안 우승 트로피는 2차대전중 침략군을 피해 이태리의 한 가옥의 침대밑에 숨겨지기도 했고 1966년 영국에서 열린 월드컵대회직전에 일반에게 전시되던 중 도난당하기도 했다. 영국경시청이 이 트로피를 찾아 나섰지만 실패했다. 결국 '픽클즈'라 불리는 잡종견 한 마리가 교외의 쓰레기통에서 찾아냈다. 트로피는 1983년 브라질에서 다시 도둑을 맞았는데 이후 찾아내질 못했다. 브라질축구협회는 복제품을 만들어 대신 보관하고 있다 ▶FIFA 컵 FIFA컵은 1974년 제10회 서독 월드컵부터 사용된 월드컵 축구대회 우승트로피로 공식명칭은 'FIFA 월드컵'이다. 높이 36cm 무게4.97kg의 18금으로 만들어졌다. 두명의 선수가 양손을 뻗쳐 지구를 떠받치는 역동적인 모습을 한 조각품이다. 컵 하단에는 두줄의 녹색 띠를 두르고 우승국 이름을 새겨넣도록 해 17번째 우승국이 새겨지는 오는 2038년 대회까지 사용된다. FIFA컵은 FIFA(국제축구연맹)에서 영구히 보존하고 우승국은 다음 대회까지 4년간만 보관한 후 반납한다. 반납시에는 도금한 복제품을 받는다. 7개국에서 53개의 작품이 출품됐는데 그중 이탈리아 조각가 실비오 가자니가의 작품이 채택됐다. 이것이 현재의 FIFA컵. FIFA컵은 25만 스위스프랑(약 23만 달러)의 보험에 가입돼 있다. 원용석 기자

2010-03-26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배고픈 북한, 월드컵 대표는 비즈니스 클래스 탄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 축구가 남아공 월드컵이 개막하기도 전에 '뉴스 메이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낭트 인근 소도시에서 해외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북한 축구대표팀이 유럽 땅을 밟은 것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처음이었다. AFP는 훈련 장면뿐만 아니라 식사 모습까지 사진에 담아냈다. 이달 초 베네수엘라에서는 상대팀 유니폼을 빌려 입고 평가전을 치른 게 화제가 됐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22일에는 '북한이 다음 달 평양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서 상대팀의 항공료 부담을 거절하는 생떼를 쓰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해외 훈련에 돈을 아끼지 않는 북한= 북한은 지난해 가을부터 프랑스.남아공.터키.카타르.베네수엘라.멕시코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훈련과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항공기로 이동할 때는 매번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다. 월드컵이 코앞인 5월에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위스 휴양도시 바트 라가츠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할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이 올 초 남아공~스페인으로 이어지는 20일간의 전지훈련에 7억원가량의 비용을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축구대표팀에 얼마나 큰돈을 쓰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은 이 돈을 어떻게 조달했을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에 100만 달러의 준비금을 준다. 또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출전 팀당 3억원 정도의 분배금을 준다. 또한 북한은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업체와 유니폼 스폰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출 효과가 매우 클 거라고 자신하는 북한은 상당한 액수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더해도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전지훈련 비용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은 외화가 부족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별 지시한 분야에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아낌없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월드컵도 체제 유지 수단= 북한은 경제적으로 몹시 궁핍하다. 최근엔 화폐 개혁이 실패하며 내치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다.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정권을 이양하려는 움직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후계 체제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데 월드컵을 활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본선 진출이 확정됐을 때도 '열린 북한 통신'이라는 소식지를 통해 '김정은의 체육 부문에 대한 세심한 지도와 배려에 따라 이루어진 큰 성과'라고 선전했다. 월드컵 기간에 김정은이 비밀리에 남아공으로 날아가 북한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경우 깜짝 등장할 거라는 소문도 나돈다. 통일부 관계자는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지만 그만큼 북한이 이번 월드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어게인 1966?= 북한 대표팀은 2008년 초부터 2년 넘게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조직력은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중 최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북한은 선수 구성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덕분인지 아시아 예선이 시작됐던 2008년에 비해 훨씬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J리거 정대세(가와사키).안영학(오미야) 유럽파 홍영조(러시아 로스토프).김국진(스위스 FC빌) 등이 가세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66년 잉글랜드에서 거뒀던 8강 기적을 재현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예상이다. 최정예 30명 인민군에 편입, 결혼도 막고 3년 합숙훈련 북한, 1966년 월드컵 8강 어떻게 갔나 '북한은 1963년에 모란봉팀.기관차팀 등 30개 클럽을 통틀어 가장 우수한 30명을 선발 인민군에 편입시키고 책임코치 명례연의 지도 아래 맹훈련에 들어갔다. 선수들을 평양의 모란봉 밑에 새로 지은 숙소에 수용해 매일 아침 6시부터 줄기찬 훈련을 계속했다. 밤 10시 이후에는 외출이 금지됐고 전원 미혼인 이들은 대회가 열리는 66년 7월까지 결혼을 금지당했다'. 전 동아일보 기자 국흥주씨가 77년 출간한 『월드컵 축구-몬테비데오에서 뮌헨까지』(영흥출판사)에 실린 북한 축구 관련 내용이다. 이 책에는 66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킨 북한 축구대표팀의 훈련 과정 및 포르투갈과의 8강전까지 경기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내.외신 보도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 신빙성이 높다. 북한은 63년부터 3년간 약 30회 국제 경기를 했다. 훈련 초기인 63년 당시 아시아 최강이던 버마에 0-3으로 진 것을 빼고는 무패였다. 북한 선수단 65명은 66년 6월 30일 잉글랜드 월드컵 본선 참가국 중 맨 먼저 런던에 도착했다. 북한은 선수들의 외출을 일절 금지했고 공개 훈련도 하지 않았다. 북한은 소련과의 예선 1차전에서 상대의 거친 파울 작전에 말려 0-3으로 완패했고 칠레전에서는 후반 종료 3분 전 박승진의 20m 중거리 슛으로 1-1로 비겼다. 이탈리아와의 예선 최종전에서는 라이트윙 한봉진을 앞세운 빠른 공격으로 주도권을 쥐었고 박두익의 결승골로 1-0 승리해 8강에 올랐다 (당시는 예선만 통과하면 바로 8강이었다). 북한은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박승진이 월드컵 최단시간 골(전반 23초)을 넣는 등 전반 27분까지 3-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에우제비우에게 연속 4골을 허용해 역전당했고 결국 3-5로 졌다. 리버풀의 한 신문은 '북한의 3-0 리드는 온 세상이 뒤집히는 것 같은 충격이었고 그것이 또다시 뒤바뀐 것은 나비가 다시 번데기가 된 것처럼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썼다. 북한은 놀랄 만한 조직력과 스피드 정신력으로 무장했지만 경기 운영은 단조로웠고 선수단 관리는 순진했다. 에우제비우는 자서전에서 "그들은 체력 관리에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은 무절제하게 입에 당기는 대로 매일 먹고 마시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실제로 북한은 예선이 끝난 뒤 '잘 먹어야 잘 뛴다'는 생각에 닷새간 호텔에 틀어박혀 엄청나게 먹었다. 몸은 무거워졌고 스태미나는 급격히 떨어졌다. 북한이 포르투갈전 후반에 주력을 잃고 무너진 이유가 여기 있었다. 정영재.이해준 기자

2010-03-22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세계최고 골잡이 다툼 월드컵은 결판의 장

세계 최고를 다투는 두 공격수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와 웨인 루니(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득점 경쟁이 뜨겁다. 남아공 월드컵 개막을 80여 일 앞두고 가파른 상승세다. 메시는 17일 슈투트가르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2골을 넣어 4-0 대승과 팀 8강 진출의 주역이 됐다. 4경기 연속(스페인리그.컵대회 포함) 골을 터뜨리며 총 8골을 기록 중이다. 메시는 최근 13경기에서 15골을 넣으며 올 시즌 주춤거리는 바르셀로나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루니의 페이스도 만만찮다. 지난주 UEFA 챔피언스리그 AC 밀란(이탈리아)전 2골을 포함 2경기 연속 2골씩을 넣었다. 최근 12경기에서 15골로 팀 득점의 45% 이상을 책임졌다. 메시는 언론과 팬들이 만든 수많은 '제2의 마라도나' 중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이 인정한 유일한 후계자다. 펠레는 이미 2004년 루니가 '제2의 펠레'가 될 자질이 있음을 밝혔다. 맨유 팬들은 루니를 향해 '하얀 펠레'란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펠레와 마라도나의 대리전이 기대된다. 둘의 득점 감각은 스타들이 모여 있는 유럽 무대에서도 최고다. 루니는 올 시즌 36경기에 나서 32골(경기당 0.89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이자 유럽 4대 빅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메시는 31경기 27골(경기당 0.87골)로 루니를 바짝 뒤쫓고 있다. 경쟁은 시즌 종료 두 달을 남긴 지금부터다. 루니의 골 감각은 지난해 10월 잠시 주춤했을 뿐 시즌 내내 고르다. 올 1월 7골로 최고였고 이달도 벌써 4골이다. 메시의 '늦바람'은 더 무섭다. 시즌 초 반짝했던 메시는 지난해 12월까지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3월에만 7골을 퍼부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맞붙을 한국 팬들은 아르헨티나 주공격수 메시의 득점 행진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장치혁 기자

2010-03-18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빅 매치'는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에서는 모두 64편의 '축구 드라마'가 상영된다. 본선 진출 32개국이 벌이는 승부에서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지만 그 중에서도 '빅 매치'를 한 번 찾아본다. 한국 팬들로서는 당연히 태극 전사들이 뛰는 경기가 '빅 매치'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 축구 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될 다른 나라끼리의 경기도 월드컵만이 주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현재 대진이 확정된 조별리그 48경기 가운데 최고의 대결로 꼽히는 것은 역시 '죽음의 조'로 불리는 G조의 브라질-포르투갈(6월25일)전이다. '지구방위대'라는 호화군단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는 카카(브라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끄는 이 경기는 조별리그 최고의 경기로 벌써부터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브라질-포르투갈의 경기는 진작에 입장권이 매진된 상태다. 다만 두 팀이 조별리그 3차전에 맞붙게 돼 있기 때문에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에서 서로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조 2위로 16강에 오르면 H조 1위가 유력한 스페인과 8강 진출을 다퉈야 하기 때문에 전력을 다한 대접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브라질-포르투갈 중 한 팀과 스페인의 16강전이 성사되면 그 경기 또한 최고의 카드로 손색이 없다. 지면 탈락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더 숨이 막힌다.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스페인 사람이라면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지 잠시 헷갈릴 수도 있는 매치업인 셈이다. 조별리그 G조는 북한이 속해 있어 한국 팬들로서는 한국이 속한 B조 다음으로 눈길이 많이 가는 곳이다. 첫 경기(6월15일)부터 브라질과 맞붙게 된 북한이 과연 '죽음의 조'를 헤치고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D조 조별리그 3차전(6월23일)으로 열리는 독일-가나 E조의 3차전(6월24일) 네덜란드-카메룬의 경기도 유럽과 아프리카의 자존심 대결로 볼만하다. 한국이 16강에 오를 경우엔 A조 팀과 맞붙게 되기 때문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우루과이 프랑스의 경기도 꼼꼼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문호 기자

2010-03-17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한국이 경계할 남자 '작은 거인' 메시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상대할 가장 큰 난적은 역시 아르헨티나다. 객관전인 실력만 따지고 보면 거의 모든 면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다. 또 하필이면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22.사진)가 뛰고 있는 팀이다. 메시는 프로 데뷔 후 절정에 올랐다는 평이다. 지난 14일 발렌시아와의 스페인 라리가 26라운드 경기서 홀로 세 골을 퍼붓는 폭풍슛으로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퇴장 징계로 이날 원톱 포지션으로 나선 메시는 경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발렌시아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다년간 상대의 거친 압박을 겪으며 강해진 메시는 완벽한 볼 컨트롤과 퍼스트 터치 빠른 스피드와 예리한 마무리 능력을 과시하는 선수다. 티에리 앙리가 내준 두 번의 결정적인 패스가 그의 해트트릭에 밑거름이 됐지만 메시의 득점 장면에서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그의 놀라운 개인 기술이었다. 공격을 주도하면서도 발렌시아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특히 상대 골키퍼 세사르의 선방이 계속되면서 바르사 공격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마침내 터진 선제골은 메시의 현란한 드리블링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후반 11분 챠비 에르난데스의 패스를 받은 메시는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 박스 우측 문전 우측을 파고들며 무려 네 명의 발렌시아 수비를 바보로 만들었다. 세사르 골키퍼의 앞까지 도달한 그의 마무리 슛은 실수 없이 골망을 갈랐다. 후반 36분에는 앙리가 왼편에서 넘겨준 볼을 받아 또다시 페널티 박스 우측으로 달려들었다. 발렌시아 수비수들은 메시에게 달려들지 않고 문전 지역을 사수했지만 메시는 예리한 왼발 감아차기 슛을 골문 구석에 꽂아 넣으며 이들을 무력화시켰다. 이후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칩샷으로 세 번째 골을 올린 메시는 주심에게 부탁해 자신이 해트트릭을 달성한 볼을 챙기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메시는 라리가 23경기서 22득점 9도움을 기록해 벌써 30개의 공격 포인트를 넘겼다. 디에고 마라도나 이후 아르헨티나가 낳은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메시는 "월드컵 우승이 목표"라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2009년 6관왕에 빛나는 바르샤는 메시를 앞세워 또 한번의 신화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아울러 1986년 이후 월드컵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아르헨티나지만 메시가 있기에 24년만의 패권 가능성도 높다. 원용석 기자

2010-03-15

[월드컵 이런얘기 저런 얘기] 2010 남아공월드컵 연장될 기록과 징크스 <2>

#펠레의 입에 오르지 말라 브라질 축구영웅 펠레는 선수 시절 때는 발이 치명적이었지만 그라운드를 떠나고 나서는 입이 흉기가 됐다. 월드컵에서 그가 우승후보로 꼽는 팀이나 칭찬하는 선수는 모두 뜻을 이루지 못하거나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에 '펠레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펠레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스페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프랑스를 우승 후보로 꼽았지만 두 팀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비난이 축복이 되는 때도 있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개인통산 최다골을 노리던 호나우두를 두고 "행운의 여신이 외면했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호나우두는 펠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2경기에서 3골을 몰아쳐 게르트 뮐러(독일)의 최다골 기록을 깨뜨리며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펠레의 남아공 월드컵 전망도 저주 가능성 때문에 세계 축구팬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펠레는 "브라질과 스페인이 우승에 가장 근접했고 잉글랜드 이탈리아 아르헨티나와 같은 팀들을 얕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승 후보들을 거의 다 거론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펠레의 스펠파워가 얼마가 강력한지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펠레는 예선에서 부진했던 아르헨티나를 두고서는 본선에서는 전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해 조별리그에 함께 묶인 한국의 팬들을 기쁘게(?) 하기도 했다. #남미-유럽 번갈아 우승 남미와 유럽은 1966년 잉글랜드 대회부터 40년 동안 한 번씩 번갈아가며 우승했다. 잉글랜드(1966년) 브라질(1970년) 서독(1974년) 아르헨티나(1978년) 이탈리아(1982년) 아르헨티나(1986년) 서독(1990년) 브라질(1994년) 프랑스(1998년) 브라질(2002년)이 차례로 우승했고 2006년에도 이탈리아가 우승했다. 깨지지 않는 징크스가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이어진다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최국 이점…개막전 불패ㆍ무조건 2라운드 개최국은 본선 첫 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2006년까지 18차례 월드컵에서 개최국은 1차전에서 14승5무를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2년에는 한국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를 2-0으로 꺾었고 일본도 벨기에와 2-2로 비겼다. 개최국이 1라운드에서 탈락한 때는 한 번도 없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으로 남아공도 징크스에 편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문호 기자

2010-03-14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2010 남아공월드컵 연장될 기록과 징크스 (1)

FIFA 월드컵은 6월11일 개막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로 19회째를 맞는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채로운 기록과 징크스들이 월드컵 무대를 달궜다. 남아공대회를 앞두고 연장될 기록과 징크스 등을 2회에 걸쳐 찾아본다. #19회 전회 연속 본선 출전 브라질 브라질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까지 한 차례도 빠짐없이 19차례 연속 본선에 진출한 유일한 국가다. 브라질은 역대 최다인 5차례 정상에 오른 나라로 이번에 6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독일과 함께 갖고 있는 7차례 결승전 진출 기록도 갈아치울 태세다. 또 월드컵 본선 최다경기 기록을 92경기에서 늘려갈 예정이며 본선 최다골도 201골에서 계속 보탤 전망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7전 전승으로 우승했는데 남아공에서도 한 대회 최다승 기록을 다시 세울지 주목된다. 브라질과 더불어 우승 후보로 꼽히는 독일은 4강에 11차례나 진출한 바 있다. 헝가리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세운 최다골(27골)과 경기평균 최다골(5.4골) 스위스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세운 전 경기 무실점 기록 등도 깨질지 주목된다. 최소실점 챔피언 타이틀도 경신될 여지는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2골만 내주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새로운 골잡이 거미손은 누구? 가장 주목되는 개인 기록은 대회 최다골이다. 월드컵 본선 통산 최다골 기록은 개인통산 15골을 터뜨린 호나우두(34ㆍ브라질)가 보유하고 있다. 한 경기 최다골은 올레그 살렌코(러시아)가 1994년 미국 월드컵 본선에서 카메룬을 상대로 작성한 5골이다 . 한 대회 최다골 기록은 13골로 저스트 폰테인(프랑스)이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세웠다. 해트트릭 최다 보유자는 2차례씩을 작성한 산도르 콕시스(헝가리)와 게르트 뮐러(독일) 등 4명이다. 콕시스와 뮐러는 각각 1954년과 1970년 대회에서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진기록에 가까운 최단시간 골의 주인공은 하칸 슈퀴르(터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3~4위전에서 경기 시작 11초 만에 골을 터뜨렸다. 웨인 루니(잉글랜드)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카를로스 테베스 리오넬 메시(이상 아르헨티나) 다비드 비야(스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 많은 골잡이들이 출전하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어떤 선수가 몇 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를 지도 관심사이다. 골키퍼의 본선 최다경기 무실점 기록은 10경기로 피터 쉴튼(잉글랜드ㆍ1982-1990년)과 파비앵 바르테즈(프랑스1998-2006년)가 보유하고 있다. 최장시간 무실점은 517분으로 월터 젱가(이탈리아)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세운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결승전까지 치른 골키퍼의 대회 최소실점은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ㆍ2006년)과 바르테즈(프랑스.1998년)의 2골이다. 김문호 기자

2010-03-12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2010 남아공대회 허정무 감독

무조건 이기자고 생각하면 상대 페이스에 말려들어 누가 뭐래도 제갈길 가라는 선배 감독들 조언 고맙다 1994년 6월18일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의 첫 경기인 스페인전. 전반 25분 고정운에게 백태클을 한 스페인의 미겔 나달이 퇴장당했다. 그러고도 한국은 먼저 두 골을 내준 뒤 어렵사리 쫓아가 2-2로 비겼다. 당시 대표팀을 이끈 김호 감독은 "상대 선수가 퇴장당했을 때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우리는 경험이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시 대표팀 코치로 김호 감독의 옆에 앉아 있었던 허정무 현 축구대표팀 감독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강팀과 대결해 본 경험이 있었다면 주눅 들지 않고 수비라인을 좀 더 전진시켜 압박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쾌속세대와 함께 즐기러 간다= 허정무 감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얘기한다. 그는 "김정남 감독부터 딕 아드보카트 감독까지 본지에 실린 기사를 보며 여러 가지를 새롭게 정리했다"고 했다. 허 감독은 "홈에서 열린 2002 월드컵을 제외하면 매번 아쉬움만 남겼다. 항상 우리는 비장했다. 부족한 실력으로 어떻게든 세계의 벽을 넘으려 했다. 그러기 위해 상대를 붙잡고 넘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이제는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과를 낸 '쾌속세대'의 면면은 그의 생각과 닿아 있다. 허 감독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경기를 망친다.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기 십상이다. 느긋하게 경기를 즐기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에는 밴쿠버의 주역 김연아.모태범.이상화와 또래인 이청용(22.볼턴).기성용(21.셀틱)이 있다. 허 감독은 "세계 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하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그들의 롤모델이 된 박지성(맨유).이영표(알힐랄) 등이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내가 할 일은 그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컵 쾌속세대'의 가능성은 지난 3일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확인됐다. 그는 "일대일 싸움에서 밀리더라도 동료를 활용하면 충분히 강팀과 싸워 볼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이기는 방법을 찾아 상대를 압도하는 게 경기를 즐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가 뭐라 해도 내 길을 간다= 역대 월드컵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감독이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 나가라"고 충고했다. 선배들의 조언에 고마움을 표시한 허 감독은 "세 번의 월드컵을 거치며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이 한.일전에 매몰돼 정작 본선 준비에 차질을 빚은 차범근 감독을 멀리서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고도 했다. 허 감독은 월드컵 예선에서 몇 번의 고비를 넘겼다. "처음 대표팀을 맡았을 때 선수층이 너무 엷었다. 본선에서는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주위에서 무슨 얘기를 하든 젊은 선수 발굴에 주력했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유럽에서 뛰는 이청용.기성용도 대표팀에서 자리 잡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허 감독은 남은 시간도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이동국이든 안정환이든 선수 선발 및 기용과 관련돼 감정에 치우친 여론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고 있다. 86년 한국축구가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재진입할 때 주역이었던 허 감독은 새로운 사명을 안고 남아공으로 향한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기로에 서 있다. 이제 원정 월드컵에서도 16강에 올라야 한다. 더 늦으면 정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진입을 꿈꾸고 있다. 장치혁 기자

2010-03-11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아드리아누, 너 정말 이럴래"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이 대표팀 멤버들의 크고 작은 사건ㆍ사고로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호나우지뉴가 '호텔 파티 사건'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지 얼마 안돼 이번엔 아드리아누(플라멩구.사진)가 말썽이다. '탕아에서 황제'로 화려하게 부할하는 듯 하던 아드리아누는 최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한 클럽에서 물의를 일으켜 둥가 감독을 대노케 했다. 아드리아누는 지난 2일 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복귀한 다음날 플라멩구의 동료 선수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고 리우 지 자네이로의 한 클럽을 방문 새벽까지 술에 취해 여자들과 함께 파티를 즐겼다. 이 소식을 듣고 클럽을 방문한 약혼녀 조아나가 홧김에 그의 자동차를 돌로 내리쳤다. 다음날 언론이 관련 내용을 대서특필하면서 파문은 커졌다. 최근까지 좋은 모습을 보였던 아드리아누에게 브라질 팬들이 크게 실망한 것은 당연했다. 거기서만 그쳤어도 그런대로 넘어갈 만 했다. 그러나 아드리아누는 다음날 오후에 있었던 팀 훈련에 불참했다. 또 팀 훈련이 종료된 뒤엔 구단주에게 전화를 걸어 5일로 예정됐던 리그 경기에 불참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기까지 했다.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언론에서는 아드리아누의 알코올 중독 전력까지 들먹이며 "이탈리아 시절부터 시작된 알코올 중독이 브라질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아드리아누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다. 2006년에는 파티에서 술에 취해 여자들과 엉켜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된 적이 있다. 또 인터 밀란 시절 술과 여자에 빠져 지냈다고 자백한 바 있다. 가뜩이나 아일랜드전에서 부진한 플레이를 한 아드리아누로선 곤혹을 자초한 꼴이다. 가뜩이나 브라질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신 터라 남아공 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런 마당에 호나우지뉴에 이어 다시 팀의 주축인 아드리아누까지 말썽을 부리자 축구계에선 '일벌백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 대표팀의 둥가 감독도 아드리아누의 소식을 접한 뒤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둥가 감독은 엑스트라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같지 않을 것이다. 나를 비롯해 브라질 축구협회장 브라질 국민 그리고 선수들 자신도 되풀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드리아누는 둥가 감독 체제 후 A매치 12경기에 출장해 고작 2골만 기록했다. 이 조차 2008년 말 기록이다. 무려 16개월 간 대표팀에서는 침묵하고 있다. 독일 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잡고 팀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둥가 감독으로선 진짜 아드리아누를 버릴 가능성도 있다. 아드리아누가 대표팀에서 빠진다면 브라질은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뛰는 크라피테나 AC밀란의 파투로 대체할 수 있다. 코린치안스에서 부활한 호나우두가 남아공 월드컵행의 찬스를 잡을 수도 있다. 김문호 기자

2010-03-10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7] 아드보카트, 2006 독일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스코틀랜드에서 가나와 평가전을 치렀다. 0-2로 패한 후 아드보카트 감독이 수비 진용을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복귀시키자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이외 코치들은 전원 반대했다. 난상토론 끝에 일단 포백을 유지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코치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필한 홍명보 감독(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에게 난상토론이 도대체 어떤 분위기에서 진행됐느냐고 물었다. "한국 문화를 기준으로 보면 거의 싸우는 수준이다. 처음에는 '이러다가 감독이나 코치 중 한 명이 당장 짐을 싸 팀을 떠나겠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웃음) 그러나 토론은 격하게 하되 감독이 최종 결론을 내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일을 시작했다." 한국은 토고와의 1차전에서 전반 스리백을 썼다가 후반 포백으로 바꿨다. ▷귀를 연 리더십= 아드보카트 감독 휘하에는 핌 베어벡 아프신 고트비 홍명보 코치가 있었다. 완벽한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것으로 유명한 핌 베어벡은 '작전 장교' 비디오 분석이 탁월한 고트비는 '정보 장교' 구실을 했다. 홍명보는 "처음엔 내 역할을 외국인 감독과 선수 사이의 가교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는 아드보카트가 '왜 홍은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느냐'고 따끔하게 말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홍 감독은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이집트에서 한국을 8강까지 이끌었다. 그는 경기 중 서정원.김태영 코치 사이에 앉아 끊임없이 대화하며 지휘했다. 홍명보는 "히딩크는 밀고 당기며 선수를 최대한 이용하는 데 천재적이다. 아드보카트는 신뢰를 중시한다. 거스 히딩크도 훌륭한 감독이지만 사실 난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배운 게 더 많다"고 했다. 홍 감독은 청소년 선수들에게도 라커룸에서 높임말로 지시를 해 '존중 리더십'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드보카트로부터 배운 자세다. ▷꼼꼼하고 치밀한 준비= "아드보카트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동계 훈련 스케줄부터 잡았다. 아주 세부적인 훈련 내용까지 준비를 하더라. 그런 식으로 향후 몇 개월 것은 다 짜놓고 있었다. 히딩크는 월드컵이 열리기 1년6개월 전에 왔지만 아드보카트는 8개월밖에 시간이 없었다." 선수를 파악하고 구성도 서둘러야 했다. 홍명보는 "경험 많은 선수들을 매우 중시했다. 2002 월드컵에 뛴 선수들부터 체크해나갔다. 그 때문에 2004년 아시안컵을 마치고 은퇴한 최진철이 다시 대표팀에 뽑혔다"고 말했다. 최진철은 독일에서 세 경기 모두 풀타임 출전했다. 스위스와 최종전에서는 눈꺼풀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즉석에서 치료를 받고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토고전 라커룸에서는= 한국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큰 대회 첫 경기에서 유독 맥을 못 췄다. 토고전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에 선제골을 내준 뒤 라커룸에 다시 모였다. 홍 감독은 "아드보카트는 조금도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끌려간다고 초조해하는 내색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포커페이스였다. 그는 선수들을 믿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후반에 한국은 이천수와 안정환의 골이 터지며 2-1 역전승을 거뒀다. 프랑스와 2차전은 초반에 골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하지 않고 잘 버텨냈다. 박지성의 골로 1-1로 비기며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홍 감독은 "당초 예선 3경기 목표는 승점 5점이었다. 마지막 경기에 비기기만 해도 됐다. 하지만 원래 축구는 비겨도 된다고 생각하고 나서면 꼬이기 십상이다. 아드보카트의 속내는 모르지만 스위스전에 한국은 절대 비기기 위한 전략을 선택하지 않았다. 오프사이드 논란이 일기도 했던 스위스의 두 번째 골은 현장에서는 곧바로 수긍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드보카트는 여기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월드컵에서는 우리도 잘해야 하지만 상대방의 경기까지 염두에 두며 승점 계산을 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은 첫 상대인 그리스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2010-03-09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6]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 이용수 교수가 말하는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

■이탈리아전 앞두고…일본 16강 탈락 환호하던 선수들, 불호령으로 팀 분위기 다 잡아 ■본선 앞두고 이영표 부상, 언론도 모르게 따로 치료실 마련…갑작스러운 부상에 치밀한 대비 ■잉글랜드와 서귀포 평가전, 한국팀 숙소 내달라는 요구에 "강팀과 대결 위해서라면 OK"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몇 시간 앞두고 있을 때였다. 한국 대표선수들은 같은 날 먼저 열린 일본과 터키의 16강전을 TV로 지켜보고 있었다. 일본이 0-1로 져 탈락하자 한국 선수들은 환호하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순간 히딩크 감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아직도 배가 고픈데 너희는 배가 부른 것 같다. 결국 정신력의 문제다. 여러분은 절대 일본처럼 하지 마라.'" 2002 월드컵 당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맡아 거스 히딩크 감독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용수(51) 세종대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히딩크가 남긴 수많은 리더십 사례 중에서 이탈리아전을 앞둔 이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이 교수는 "16강 진출로 느슨해진 선수들을 지켜보던 히딩크 감독이 일부러 불같이 화를 내며 선수들을 다그치고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며 "그 순간 명장의 냄새를 맡았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히딩크는 혼만 낸 게 아니라 팔꿈치를 많이 쓰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특징을 주지시켰고 파울을 당하면 심판에게 달려가 강하게 항의하라고 지시했다"며 "히딩크의 치밀한 작전이 결국 토티를 퇴장시켰다"고 말했다. 히딩크는 0-1로 몰리던 후반 홍명보.김태영.김남일 등 수비 자원들을 빼고 황선홍.이천수.차두리 등 공격수를 투입하며 연장전 역전승(2-1승)을 일궈냈다. 이탈리아를 꺾은 한국은 8강에서 스페인마저 무너뜨리고 4강에 올랐다. ▷"팀보다 강한 스타는 없다"= 히딩크 감독은 스타 길들이기의 달인이었다.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시절 호마리우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았을 때는 에드가 다비즈에게 항복선언을 받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 대표팀에서는 안정환이 대상이었다. 이 교수는 "히딩크는 훈련장에 고급 승용차를 끌고 온 안정환을 타깃으로 삼았다. 축구보다는 헤어스타일에 신경쓸 것 같다는 말로 그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히딩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소속팀(당시 페루자)에서 벤치에 있는 선수(안정환)를 대표팀 주전으로 쓸 수 없다"면서 그의 승부욕을 일깨웠다. 최종 엔트리도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히딩크는 진작부터 안정환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절치부심한 안정환은 미국전 동점골과 이탈리아전 골든골을 뽑아냈다. 이 교수는 "선수들이 가진 100% 그 이상을 뽑아낼 줄 알아야 진짜 감독이라는 것이 히딩크의 지도 철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영표도 제외될 뻔했던 고비= 히딩크팀의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을까. 이 교수는 월드컵 개막을 며칠 앞두고 이영표가 차두리와 부딪쳐 종아리를 다쳤을 때를 꼽았다. "히딩크는 3주 진단을 받은 이영표를 엔트리에서 뺄 생각이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한 의료진이 열흘 만에 고치겠다고 약속해 가까스로 이영표가 대표팀에 잔류했다"고 이 교수는 당시를 떠올렸다. 대표팀이 훈련하던 경주종합운동장에 기자들도 모르는 이영표 치료실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 기적처럼 회복한 이영표는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 때 루이스 피구를 원천봉쇄하며 16강행에 기여했다. 이 교수는 "남아공 월드컵 때도 갑작스러운 부상자가 생길 수 있다. 허정무 감독도 주력 선수들이 빠질 때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숙소 내주고 얻은 잉글랜드 평가전= 이 교수는 월드컵 첫 경기를 보름여 앞두고 열린 잉글랜드와의 평가전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잉글랜드는 월드컵을 앞두고 서귀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한국 대표팀이 호텔을 비워주면 평가전에 응하겠다고 제안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난 숙소를 양보하는 모양새도 좋지 않고 잉글랜드가 강팀이라 반대했었다"며 "하지만 히딩크는 강호와의 대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흔쾌히 잉글랜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국은 박지성의 동점골로 잉글랜드와 1-1로 비기며 자신감을 얻었다. 허정무팀은 남아공에 입성하기 직전인 6월3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른다. 이 교수는 "히딩크 감독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강호와의 대결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유로 2008 우승팀 스페인과 맞붙어 우리가 잃을 건 없다. 스페인전은 분명 16강 진출의 보약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원창 기자

2010-03-08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3] 이회택 감독, 1990년 이탈리아 대회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20% 실력을 발휘해도 될까 말까인데 컨디션이 최악이었으니…." 이회택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연방 같은 말을 되뇌었다. 198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3승2무무패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이회택 당시 대표팀 감독은 스타 출신의 명장으로 칭송받았다. 사상 첫 2회 연속 월드컵 진출 소식은 축구팬들을 들뜨게 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본선 3전 전패 1득점 6실점. 86년 월드컵 무대에 재등장한 이래 한국이 기록한 본선 최악의 성적이었다. ◆일주일 전 출국= 대표팀은 90년 6월5일 이탈리아로 출국했다. 벨기에와의 첫 경기를 일주일 앞두고였다. 이 부회장은 "일주일이면 시차 적응이 될 줄 알았다. 잔디 현지 분위기 같은 건 생각도 안 할 때였다. 더 일찍 나갈 돈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처럼 정보 수집이 쉽지 않아 상대국 분석도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이번 대표팀은 남아공과 시차가 같은 오스트리아에서 고지대 적응 훈련을 한 뒤 남아공에 입성하는데 아주 좋은 일정인 것 같다. 또 상대국 분석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차 적응에 애를 먹으며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대표팀은 벨기에와 스페인.우루과이에 차례로 무너졌다. 팬들의 비난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각광받았던 김주성에게 쏠렸다. 신문 독자투고란에는 '긴 머리를 당장 자르라'는 분노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함량 미달 평가전= 89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대표팀은 14번의 평가전을 치렀다. 그중 A매치는 단 네 번. 그나마도 이집트를 제외하면 노르웨이.몰타.이라크 등 월드컵 본선과는 상관 없는 나라들이었다. 이 부회장은 "돈을 싸짊어지고 가도 한국은 상대를 안 해 주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국제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아졌다. 월드컵 본선 직전 세계랭킹 1위 스페인과 평가전을 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탈리아 월드컵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이 상대한 팀은 대표팀이 아닌 클럽팀이었다. 대표팀은 90년 5월9일 싱가포르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아스널과 평가전을 치렀다. 아스널은 막 시즌을 마친 팀이었다. 아스널 관계자는 경기 전 "우리는 관광 겸 비즈니스 목적으로 이곳에 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평가전이라면 일정이나 상대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 경기는 다국적 석유기업이 후원하는 대회였다. 항공료에 출전료까지 받을 수 있어 재정이 풍족하지 못했던 협회로서는 거절할 수 없었다. ◆홍명보의 등장= 모든 게 실패는 아니었다. 이탈리아 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는 향후 10여 년간 대표팀을 짊어질 인재를 발굴했다. 리베로 홍명보의 등장이었다. 이회택 감독은 90년 1월 대표팀을 개편하며 고려대 4학년 홍명보를 발탁했다. 스위퍼 조민국의 부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부회장은 "새파란 대학생을 뽑으니까 기술위원회 어른들로부터 꾸지람도 들었다. 홍명보는 경험은 없지만 머리가 비상한 선수였다. 기본기도 좋았다. 주저 없이 선발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월드컵 벨기에전이 끝나자 "최순호와 홍명보만 보였다"는 제목이 국내 신문을 장식했다. 이 부회장은 "허정무팀에도 김보경이나 이승렬 등 머리가 좋고 재능이 빛나는 어린 선수가 많다. 하지만 홍명보가 조민국의 부상을 틈타 스타가 됐듯이 실력에 운이 좀 따라야 성공할 수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장치혁 기자

2010-03-04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2] 김정남 감독에게 들어 본 1986년 멕시코 대회

"그때는 물도 못 마시게 했으니 할 말 다 했죠."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수분을 보충해야 경기력이 향상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스포츠 상식이다. 하지만 1986년에는 달랐다. 김정남 86월드컵 감독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배가 출렁대면 훈련하는 데 방해된다고 물을 못 마시게 했다. 훈련이 끝난 다음에 한꺼번에 물을 마시게 했다. 실전에서는 어차피 물을 맘대로 마실 수 없으니 그래야 실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86.90월드컵에 잇따라 출전한 최순호 강원 FC 감독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물을 마시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다. 코칭 스태프도 단출했다. 김정남 감독에 김호곤 코치가 전부였다. 없어선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골키퍼 코치조차 없었다. 김 코치가 골키퍼 훈련도 맡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표팀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 골키퍼였던 게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의료진도 없었다. 김 감독은 "차범근이 소속 팀에 사정을 이야기해서 물리치료사를 한 명 데리고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금이야 외국을 제 집 드나들듯 하고 정보 채널도 다양하지만 그때는 참고할 만한 게 거의 없었다"고 했다.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국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다. 김 감독은 "지금은 외국인을 고용해 상대 전력을 분석하기도 한다. 그때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대회를 앞두고 아르헨티나와 불가리아의 경기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1개씩 간신히 구해서 본 기억이 난다. 그나마 축구협회의 배려로 대회를 수개월 앞두고 이탈리아와 서독의 평가전을 보러 갈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은 사실 마라도나 1명만 알고 나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 다른 월드컵 상대국인 이탈리아와 불가리아는 월드컵에서 두 팀이 맞대결하는 것을 보고 어떤 전술을 쓸지 최종 점검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장비 담당이 따로 있지만 그때는 유니폼 관리도 직접 했다. 양말도 선수들이 알아서 빨았다. 다만 월드컵에서는 호텔의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이야기한 게 결코 투정으로 들리지 않기 바란다. 그저 그 시절이 그랬을 뿐"이라고 말했다. 2010엔 이동국 1986엔 차범근 '뽑네 마네' 유럽서 '붐' 일으킨 최고 선수…지역예선 안 뛰어 미운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33세였던 차범근은 당시 현역으로는 유일하게 유럽 무대를 누비는 선수였다. 현재 대표팀 주장인 박지성처럼 팀의 주축이 돼야 할 선수였지만 본선행을 확정 지은 후 차범근의 대표팀 합류를 두고 국내에서 논란이 빚어졌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최정예로 팀을 꾸려야 하고 차범근을 중용하는 게 마땅하다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축구협회 안팎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차범근을 빼고 월드컵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가 꽤 있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출전하지 않은 차범근이 본선에만 나갈 경우 형평성과 팀워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선수들 사이에도 기량이 출중한 차범근이 팀에 합류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당시 김정남 대표팀 감독은 차 감독의 합류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보다는 중론을 모아 물 흐르듯 처신하는 게 김 감독의 스타일이다. "당시 왜 적극적으로 차범근 발탁을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최근에 만나 묻자 김정남 감독은 "처음부터 차범근 없이 본선을 치른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가장 잘하는 선수를 빼놓고 팀을 만드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속마음은 본인만이 알고 있을 터. 논란 끝에 차범근은 월드컵 개막 한 달을 앞두고 미국 콜로라도에서 전지훈련 중인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 감독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범근 없는 대표팀은 불가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차범근은 멕시코 월드컵 본선에서 3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장했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최순호(강원FC 감독)와 함께 투톱을 이뤘다. 최 감독은 "차범근 선배는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는 역할을 했다. 차 선배를 집중 마크하는 틈을 타 다른 선수에게 찬스가 생길 수 있었다. 팀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2010-03-03

[월드컵 '이런 얘기 저런 얘기'-1] 김정남 감독에게 들어 본 1986년 멕시코 대회

첫 회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의 사령탑 김정남 감독을 통해 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출전한 대회의 뒷얘기와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다. 이어 이회택(90년 이탈리아).김호(94년 미국).차범근(98년 프랑스) 감독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때 가까운 거리에서 대표팀과 함께 한 이용수(당시 기술위원장) 세종대 교수와 홍명보(당시 코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생생한 얘기도 독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또 월드컵과 관련한 다양한 숨은 기록과 스타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코너가 될 것이다. 1985년 9월3일 오후. 일요일이었지만 시내 백화점과 고궁은 한산했다. 반면 서울 잠실운동장에는 오전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꼬리를 물었다. 한국과 일본의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4000만이 함께 뛴 이날 한국은 허정무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짓는 골이었다.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 지난달 시내 한 카페에서 김정남(67.프로축구연맹 부회장) 1986년 멕시코 월드컵 감독을 만났다. 24년 전 그는 조심스러운 성격과 곱상한 외모 때문에 새색시 같다는 평을 들었다. 이젠 깊은 주름이 자리 잡았지만 그때 일을 날짜까지 꼽아 가며 정확히 기억했다. 월드컵은 그의 인생 최고의 잔치였다. "월드컵 진출은 신나는 일이지만 막상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도대체 얼마나 센 팀을 상대할지 막연하고 두려웠다"고 했다. 게다가 첫 번째 상대는 '축구 신동'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였다. "외신 기자들이 마라도나를 어떻게 막을 거냐고 물으면 '투망을 던져 잡겠다'고 답했다. 전담 마크맨을 두면서 협력 수비로 마라도나의 활동 반경을 줄이겠다는 뜻이었다." 킥오프를 앞두고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는 "초반 30분만 버티면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일단 수비를 견고하게 하고 역습을 노리는 전략이었다. 30분만 버티자는 말을 선수들은 "수비만 하라"는 말로 이해했다. 김 감독은 "경기 초반에 선수들이 너무 경직됐다. 너무 소극적으로 수비만 했다. 밸런스가 무너지고 선수들이 쓸데없이 뭉쳐 다녔다"고 패인을 진단했다. 한국은 전반 6분과 18분 상대에게 프리킥 세트피스로 잇따라 골을 허용했다. 초반 30분만 잘 넘기자고 했지만 결국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초반 30분에 경기를 그르쳤다. 김 감독은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지금 세대는 월드컵을 보면서 자랐다. 해외파도 훨씬 많다. 우리 때처럼 주눅들 일도 없고 그렇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판사판 … 뒤늦게 시동이 걸리다 하프타임에 김 감독은 "두 골 차로 지나 세 골 차로 지나 마찬가지"라고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판사판이 아니냐"고 했다. 김 감독은 "후반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추가골을 내줬지만 0-3이 된 뒤부터 경기가 풀렸다"고 말했다. "박창선이 골을 넣었지. 그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던지"라고 말하는 김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혹시 아르헨티나가 슬슬 한 건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김 감독은 발끈했다. 그는 "월드컵 첫 경기여서 상대도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조금만 힘을 내면 3-2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르헨티나도 끝까지 마라도나를 빼지 못하며 전력을 다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비록 패했지만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경기"라고 평했다. 이후 한국은 점점 더 좋은 경기를 했다. 그는 "불가리아와 2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첫 번째 승점을 딴 경기였다. 이탈리아에 2-3으로 졌지만 10분만 더 뛰었다면 3-3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때는 16강에 못 간 것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 패배가 한국 축구의 밑거름이 됐다는 생각이다. 이번 남아공에서 다시 아르헨티나를 만난다니 감개무량하다. 더구나 허정무 감독과 마라도나가 재회한다니…. 그때 허정무가 마라도나를 얼마나 잘 막았는지 몰라." 김 감독은 "맡긴 임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허 감독이 뭔가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20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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